정영훈 이사장 인터뷰 - 이 약 먹으면 두드러기 날까? '유전자 검사'로 미리 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 작성자
- BESCO
- 작성일
- 2024-11-22
본문
순환기의공학회 정영훈 이사장님의 인터뷰 소식을 공유드립니다.
이 약 먹으면 두드러기 날까? '유전자 검사'로 미리 안다
통풍 진단을 받은 60대 여성 A씨가 처방약 복용 3주차에 갑작스러운 고열·발진으로 입원했다. 얼굴·팔·몸통에 1~2㎝의 붉은 반점들이 얼룩덜룩 올라왔다. 양발엔 수포가 잡혔다. 살이 벗겨지는 듯한 통증이었다고 한다. 원인은 ‘드레스 증후군’이라는 약물 부작용이었다. 12일간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A씨에게 이 사고는 예견돼있었다. 입원 검사에서 드레스 증후군과 연관 있는 유전형(HLA-B5801) 보인자임이 확인된 것이다. 통풍약(알로푸리놀)을 처음 복용하기 전 ‘약물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면 막을 수 있었다. 건강보험에서 검사비를 지원한다. 본인부담금은 2만원 전후다. 한국인 통풍 환자 중 12%가량은 HLA-B5801 유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의약품 이상 사례 27만건 달해
똑같은 약을 먹는데 약이 잘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약효는 적고 부작용만 심한 사람도 있다. 개인의 유전자마다 선호하는 약물 취향이 달라서다. 이를 찾아내는 게 약물 유전자 검사다. 부작용 가능성과 잘 맞는 약, 적절한 용량을 알게 된다. 항응고제, 항우울제, 혈압약, 진통제 등 단골 약물과 나와의 상호작용을 예측한다. 신재국 인제대의대 약물유전체연구센터장은 “약물 유전자 검사는 한 번만 해도 그 정보가 생애 전반에 유용하게 쓰인다”며 “새로운 약물이나 부작용 위험이 발견되면 기존 유전자 정보에 이를 적용해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약을 몸에서 처리하는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예컨대 약물 대사가 너무 빠른 ‘초신속 대사자’는 체내 약물 농도를 충분히 유지하지 못한다. 약효가 떨어져 2차 질환이나 합병증 발생 위험이 올라간다. 반대로 대사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 약이 몸에 오래 머물면 부작용을 경험할 위험이 커진다.
체내에서 약물을 처리하는 효소 유전자는 일종의 ‘작업자’와 같다. 사람마다 가진 효소 능력(활성) 수준이 약효에 영향을 준다. 약물이 작용하는 목표 지점(표적)의 모양(유전자형)이 다르면 같은 약을 사용해도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걸 약물 유전자 검사로 알아낸다.
와파린이라는 항응고제(피가 덩어리지는 것을 막는 약)의 사례를 보자. 복용량을 정하는 중요한 특성이 두 가지 유전자(CYP2C9·VKORC1) 형태다. 체내 약물 농도와 효과에 관여한다. 이에 따라 복용량은 10배까지도 차이가 난다.
한국인에게 두드러지는 약물 유전자형도 있다. 정영훈 중앙대광명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순환기의공학회 이사장)는 “스텐트 시술 후엔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약물(클로피도그렐)을 주로 쓰는데 국내 환자의 60~65%는 이 약에 반응성이 적은 유전자(CYP2C19)가 있다. 외국인(30%)보다 높게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9년에 한국인에서 유전자 검사(CYP2C19)가 클로피도그렐 효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임을 밝혔다. 이후 약물 유전자 검사를 받은 스텐트 시술 환자 8164명을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약에 반응성이 적은 환자는 5년 후 심혈관질환 재발률이 1.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작년 5월 나왔다.
정 교수는 “15년간 대규모 임상 근거를 쌓아왔고, 조만간 국제 전문가 합의를 통해 권고 수준이 상향 조절될 가능성도 있다”며 “심근경색이나 시술이 복잡한 고위험 환자는 약물 반응을 예측하는 것이 장기적인 치료 결과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혈소판 응집 억제제, 한국인 반응낮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이상 사례 보고는 약 27만건이다. 오심, 가려움증, 두드러기, 어지러움, 구토, 발진 같은 증상이 대부분이다. 중증 부작용 반응으로는 드레스 증후군, 스티브 존슨 증후군이 주로 발생했다. 드물지만 사망까지도 이르는 전신 피부 염증 반응이다. 약물 반응을 예측할 수 있으면 주치의가 약용량을 바꾸거나 다른 약을 선택하는 데 참고가 된다.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환자에게 더 적합한 약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특히 항우울제는 적합한 약물을 찾기까지 시행착오를 꽤 겪는다. 우울증 환자의 20~40%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다. 작년 11월 캐나다의사협회지(CMAJ)에는 약물 유전자 검사에 맞춘 항우울제 처방이 효용성 있다고 실렸다.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37% 감소했다. 강력한 치료방법(전기 경련 요법)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28% 줄었다.
나이 들면 약 복용량이 많아진다. 만성질환으로 혈압약·당뇨약·고지혈증약 등 여러 약을 먹으면 유전자 정보뿐 아니라 상호작용에 따른 부작용에도 관심 가져야 한다. 이전에 약물 부작용을 경험했거나 약을 먹어도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 약물 부작용을 경험한 가족력이 있으면 약물 유전자 검사를 참고해볼 수 있다. 심혈관계 질환에 사용되는 약인 와파린·클로피도그렐·심바스타틴과 항우울제는 약효가 유전자형에 크게 영향받는다. 근거 수준이 아주 높다. 이런 약을 먹어야 하면 사전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약물 유전자 검사 대부분은 환자 본인이 부담한다. 검사 항목에 따라 10~40만원 선이다. 1개의 유전자형만 검사하거나 30~40개의 의약품과 관련 있는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하는 식이다.
같은 유전자형이어도 실제 약물 반응에선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검사 결과 해석에는 신중히 해야 한다. 신 센터장은 “약물 반응에는 유전자뿐 아니라 콩팥·간 기능, 연령,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식습관도 관여한다. 주치의와 결과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해석해 활용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아직 첨단 기술과 현실 사이엔 간극이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복잡한 검사 과정과 임상 지침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정 교수는 “어떤 약으로 대체할지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분야도 상당하다. 방향성은 맞지만 준비·연구가 필요한 과도기”라고 짚었다. 신 센터장은 “한국 의료 시스템은 정부 건강보험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비교적 비용에 민감하다. 의료진이 맞춤 치료와 관련한 경험 내지 추가적 교육을 받을 기회도 상대적으로 제한된다”며 “환자 스스로 자신의 유전자·약물 정보를 이해하고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복용약을 관리하는 시대에 접어든 만큼 활용도를 높이는 IT 솔루션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출처 : 중앙 SUNDAY(https://n.news.naver.com/article/353/0000049753?sid=103)
- 다음글[순환기의공학회] 공동연구과제 BCG 공모 24.10.24